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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derful happiness insurance"

 
『원더풀 행복 보험』전이라는 색다른 제목의 이번 전시에서 장지아는 생명보험사의 상품명을 차용하여 일상의 양면을 도발적이면서도 경쾌하게 해석합니다. 미래의 안정된 삶을 보장하는 행복의 보증수표인 보험은 역설적으로 고통과 슬픔을 전제로 하는데, 이번 전시는 불행의 정도에 따라 보상금이 결정되는 이 보험 규칙을 응용, 게임형식으로 구성한 작품이 선보이는 독특한 전시입니다. 작가는 인간의 오감(五感) 가운데 하나의 감각이 강조되었을 때 다른 감각과의 불균형을 파악하고 시각이 극대화되는 것을 경계하는데, 이는 맥루한이 말하는 시각 중심의 인간에서 복수 감각형 인간으로 되돌아가기를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들은 행복, 자유와 같은 인류의 절대 가치와 카오스의 시대를 사는 우리의 삶을 다층적으로 감각화하기에 주목합니다. 현실과 환영의 혼재된 세계를 장지아는 시각적, 음악적인 영역 너머 오감이 확장된 세계로 느끼며 재해석합니다.
이번 전시는 세 파트로 구성되는데, 사운드 없이 순수하게 시각에만 작용하는 디지털 사진 형식의 비디오작품에서부터, 후각과 미각마저 자극하는 비디오 아트를 비롯, 200×400×400cm의 인터렉티브 설치작품은 촉각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디지털 사진 형식을 띤 비디오 작품들은 「한번도 의심해본 적 없는 절대적 가치에 대한1분간의 묵념」이라는 소제목 하에 인류가 인정하는 절대가치에 마취되어있는 우리의 관념을 일깨웁니다. 분홍 장미는'사랑'의 상징으로, '자유'는 푸른 바다와 뭉게 구름 핀 하늘로 표현되고 새벽녘 가로수 길은 삶의'회상과 반성'의 이미지로 등장합니다. 전형적인 이미지의 아름다움과 대비되는 굵은 글씨의 텍스트는 사랑, 자유, 반성(일종의 자기검열)을 외칩니다. 배경 이미지와 텍스트의 시각적인 충돌로 우리는 무심결에 받아들였던 시각이미지와 더불어 절대가치를 재고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극장처럼 연출된 미디어갤러리에 들어서면 은은한 향에 후각이 서서히 자극되며 음악적, 시각적인 체험이 우리를 기다립니다. 카마수트라의 애니메이션 판 「I' m sixteen」은 인터넷 성인사이트에서 기본적인 소스를 가져와 가장 말초 감각을 자극하는 성행위를 여과없이 스케치한 작품으로, 작가는 인간의 삶과 일차적인 욕망에서 출발하여 또 다른 세계나 행복에 대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I' m sixteen」이 일상 삶을 소재로 했다면 「Remember」는 철저히 가상세계에서 출발합니다. 프랑스의 테크노 그룹의remember에 맞춰 인터넷 상의 음악 실행 프로그램인media player가 만든 음파 이미지를 그대로 촬영하여, 인터넷 환경이 만들어낸 시, 청각의 세계에 빠져드는 작업입니다. 일상의 삶과 환상이 중첩된 「Hysteric fantasy」에서 장지아는 미감을 대상으로 상호주관적 교류를 시도합니다. 두 남자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불쾌한 미각의 체험을 주관적으로 해석합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작업은 전시제목이자 곧 작품 제목인 인터렉티브 설치작업입니다. 보험회사 빌딩1층에 행복과 환상의 세계를 평면적으로 그린 무대세트와 더불어'자전거'가 등장하는데, 「Wonderful Happiness Insurance」 작품은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고통과 행복을 담고 있습니다. 게임형식으로 진행되는'원더플 행복보험' 작품은 보험의 법칙을 게임의 룰로 응용된 작업으로 여기에서 자전거는 원시 동력원으로 행복에 도달하기 위해 겪어야하는 고통의 수단입니다. 자전거의 속력에 따라 원더풀 행복 보험이라는 영문 텍스트에 설치된 라이트가 점차로 작동하며, 최고조에 도달할 경우에만 행복의 이미지인 무지개와 태양도 점등되고 벨이 울리며 이때 보험금에 해당하는 상품이 지급됩니다. 이 작품은 관객이 자전거 페달을 돌려 작품과의 접촉하는 촉각적인 체험이 필수적인데, 관람객의 참여도에 따라 작품 감상이 달라지며 최고의 고통을 감내하는 관람객만이 최고의 행복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설치작품을1점을 포함하여 싱글채널 비디오와 디지털 사진 작품6점이 선보일 이번 전시는, 일주아트하우스가 위치하고 있는 흥국생명 빌딩의 특성을 전시 컨셉을 설정하고 생활상품(보험)과 그것이 만드는 가치와 예술의 새로운 연결 고리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전성희 / 큐레이터




 
내게 예술을 강요하지마
-스물아홉 이단 예술가, 장지아
 
흰 도화지같은 스크린에 차례로 자막들이 뜬다.
I’m sixteen.(난 열 여섯살이예요)
Is there any other world?(내가 모르는 또다른 세상이 있나요)
Please let me know.(알려주세요)
I want to know.(알고 싶어요)
I’d like to know.(정말 알고 싶어요)
이어 남녀의 성행위 장면들이 뜬다. 일반적인 체위부터 고난이도의 체위까지. 오럴섹스, 애널섹스, 69체위 등. 성적인 자극을 주기 위해 만든 건 아니다. 그런 의도에서였다면 “살코기들이 뒤엉켜 있는 장면들”을 넣었을 거다. 그래서 담백한 드로잉으로 처리했다. 소스는 인터넷 검색엔진에서 “섹스”라고 입력했을 때 나온 결과들.
처음과 같은 내용의 자막이 또다시 뜬다. 2단계 시작.
이번엔 남남녀, 여여남, 남남여여 등3명 이상의 섹스 장면이 이어진다. 이때쯤 되면 슬슬 당황스럽다. 그런 관객을 비웃기라도 하듯 경쾌한 음악에 맞춰 드로잉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된다.
▶장지아는 “꼭 전형적인 사진만 찍어야 돼요?”라며 잰걸음으로 어딘가 향한다. 그러더니 화장실 거울 앞에서 직접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말한다. “꼭 이 사진으로 넣어주세요.”
자막이 다시 뜬다. 3단계다. 어떤 장면이 나올까. 이젠 기대되기까지 한다. 이번엔1․2단계를 제외한 상상 가능한 나머지 섹스들이 나온다. 그리고 영상은 이런 자막으로 끝을 맺는다.
Can I be happy now?(내가 지금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어요)
“왜 하필 열여섯이냐구?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열여섯’이라는 나이는 생애 중 감성적인 부분과 현실적인 부분이 충돌하는 가장 적절한 시기라 생각”했다.
비디오아트 상영장 밖은 로비. 로비를 전시장으로 만들었다. 이번 전시장은 보험회사 건물이다. 원래 전시장소는 건물 내에 있는 갤러리였다. 그렇지만 전시 장소를 건물 전체로 넓혔다. 갤러리가 입주해 있는 보험회사란 건물의 특성을 무시할 수 없다. 일단 전시장소가 결정되면 공간분석에 들어간다. 전시공간마다 나름의 특색이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작품이라도 전형적인 갤러리에 전시될 때와 다른 장소에 전시될 때는 분명 다르다. 보험회사란 건물의 특성에 걸맞게 작품주제도 ‘보험’으로 정했다.
로비에 자전거를 설치했다. 그 옆엔 “Wonderful Happiness Insurance”라고 쓰인 전광판을 놓았다. 전광판 주위는 무지개와 해로 장식했다. 관객은 직접 자전거를 탄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Wonderful-Happiness-Insurance-무지개-해’순서로 불이 켜진다. 마지막 벨을 울리는 관객에게 보험회사가 제공하는 보험에 무료 가입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타보면 알겠지만 자전거를 구르면 구를수록 위험은 증가한다. 이건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험회사의 상업논리를 단순화한 일종의 시뮬레이션이다. 최대의 불행(사고나 병)이 최대의 행복(보험금)을 가져다 주는 현실. “슬프다.”제목 는 이런 세상에 대한 냉소다. 관객들도 자전거를 타며 이런 생각을 할까? 보험을 따냈다며 마냥 좋아하지만은 않길 바란다.

최대의 불행을 당해야 주어지는 보험회사의 보험금. 이 슬픈 자본의 논리를 장지아는 자신만의 시뮬레이션으로 냉소한다. 점점 페달을 빨리 구를수록 차례로 단어에 불이 들어온다. 최고 속도를 낸 사람은 벨을 울리고 보험에 무료가입된다.
인터뷰 내내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한다. 긴 생머리를 만지고 땋고 쓰다듬는다. 아는 사람이 보이면 꼭 인사를 한다. 소개도 시켜준다. 눈은 사방을 향해 있다. 그것은 세상을 향한 관심이다. 매료시키는 관심거리는 꼭 기억해 둔다. 그랬다가 작품의 주제를 살리는 도구로 이용한다. 인터넷, TV 뉴스, 음악 등이 그것이다. 보험회사 아이템도 “1급 장애를 당해야만 보험금을 탈 수 있다”는TV 뉴스를 보고서 얻었다. 다쳐도 아주 많이 다쳐야 보험금이 나오는 현실. “역시 한국사회는 살기 불편한 곳”이다.
“예술이란 이런 거야”라며 자기생각을 강요하는 말을 들을 때면 우울해진다. 예술을 한다는 건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한국사회에서 살아내기 위한 일종의 환타지다. “어쩔 수 없이 예술가는 사회를 지켜보는 일종의 관조자”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사회는 작업의 좋은 소스”다.
오는6월엔 젊은 여성 비디오 아티스트들과 공동전시를 갖는다. 그 전시가 끝나면 잠적하고 싶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1기로 입학해 전문사 과정1학기째를 맞고 있는 지금까지 너무 바쁘게 살아왔다. 시간이 너무 많아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태, 그런 상태를 즐기고 싶다. 하지만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기 싫은 건 절대 못하지만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하니까.”그게 바로 장지아, 스물아홉 이단의 예술가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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